함박눈의 편지
W. 나리
눈 내리지 않는 추운 겨울날입니다.
여느 때와 다름없는 일상에 비집고 들어온 순백색의 편지 한 통.
당신에게 온 편지지만, 영문 모를 말만이 한가득 적혀있습니다. 심지어 KPC의 필체로요.
세상이 멸망하게 된다면, 그땐 날 찾아와줄래.
검은 발자국이 찍힌 새하얀 눈밭 위에서 기다리고 있을게.
KPC가 장난으로 보내기라도 한걸까요. 세상이 멸망한다느니, 이상한 말을 늘어뜨려놓은 걸 보면 말이에요. 그 편지는 머리 한구석에 구겨 넣어놓고서 당신은 내일을 맞이합니다.
그리고 정확히 오늘, 우리의 세계는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.